Wednesday, November 12, 2025

봄비 (bom-bi).


제1장: 예상치 못한 만남

그날 오후, 보슬비가 서울을 얇은 장막처럼 덮었고, 보도와 커피숍 지붕을 적셨다. 가로등 불빛이 물웅덩이에 마치 떨어진 작은 별처럼 반사되었다. 차은호는 검은 우산 아래에서 무거운 걸음으로 빠르게 걸으며, 초점 없는 눈으로 휴대폰 화면을 응시했다. 그는 바로 그날, 유명한 그래픽 디자인 회사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모든 프로젝트, 모든 희망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 같았다.

지하철역은 붐볐지만, 은호에게는 공허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서둘렀지만, 은호에게는 모든 것이 멀리서 들려오는 배경 소음 같았다. 그는 긴 의자에 앉아 다시 한번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쓰라린 현실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역 반대편에서는 이서연이 서두르고 있었다. 비에 머리가 젖었고, 바람에 우산이 거의 뒤집힐 뻔했으며, 책으로 가득 찬 가방이 바닥에 떨어졌다. 책들이 사방에 흩어졌다. 그녀는 당황하며 무릎을 꿇고 책들을 주워 모으려 했다.

"아... 세상에..." 그녀는 좌절하며 중얼거렸다.

무심코 누군가가 그녀를 돕기 위해 몸을 숙였다. 차은호가 반사적인 움직임으로 사람들이 거의 밟을 뻔한 책 몇 권을 집어 들었다.

"이거... 당신 것 같네요, 맞죠?" 그가 조심스럽게 책을 건네며 말했다.

서연은 놀라서 그를 쳐다보더니, 이내 수줍게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폐를 끼쳤네요, 그렇죠?"

은호는 갑자기 찾아온 어색함을 떨쳐내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저… 도울 수 있어서 기뻐요."

잠시 침묵이 흘렀고, 오직 역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만 들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따뜻하면서도 씁쓸한 이상한 감정이 오갔다. 은호의 심장이 더 빨리 뛰기 시작했고,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무언가가 돌아오는 듯했다. 반면에 서연은 낯선 남자에게서 이상한 편안함을 느꼈다.

"여기서… 책을 자주 잃어버리시나 봐요?" 은호가 가벼운 대화를 시도하며 물었다.

서연은 살짝 웃으며 미소 지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그런 것 같네요."

두 사람은 함께 작게 웃었고, 그 순간은 아주 짧게 느껴졌지만 두 사람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의 세계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평소 과묵했던 은호는 서연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시작했다. 슬픔이 감돌아도 항상 미소 지으려 노력했던 서연은 은호 곁에 있을 때 이상한 평온함을 느꼈다.

그날은 더욱 거세진 비와 함께 끝났다. 두 사람은 역 출구에서 헤어졌지만, 각자의 마음속에는 호기심과 따뜻함의 씨앗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저자: 토니 인도네시아 

(Penulis: Tony Indone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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